[불교와 경제] <7> 윤리와 자유시장경제
  2017-02-28 14:53 418
불교와 경제] <7> 윤리와 자유시장경제‘내가 싫은 일을 남에게 하지 말라’
  • 윤성식 논설위원·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17.02.2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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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모든 것 규제 못해

“잘못 저지르면 과보 받아” 

업 사상 기초, 세계화 시대 

‘윤리기준’ 제정해야 할 때 

자유시장경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담 스미스의 말을 인용해 자유시장경제의 장점을 주장한다. 아담 스미스야말로 자유시장경제의 멘토이자 자유시장경제의 기수다. 아담 스미스는 시장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가장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이루어지므로 우리에게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정부는 시장에 가능하면 개입하지 말고 기업과 소비자가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지만 아담 스미스는 더 중요한 말을 했다. 사실 아담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을 자신의 저서 <국부론>에서 두 번 정도 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아담 스미스는 그보다 윤리를 더 강조했고 <도덕감정론>이라는 저서까지 냈으며 우리에게 유명해진 국부론보다 훨씬 더 소중하게 생각했다.

아담 스미스에 의하면 자유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윤리가 가장 중요한 선행조건이다. 만약 윤리가 없는 자유시장경제라면 그 자유시장경제는 막스 베버가 경고한 대로 천민자본주의가 될 수밖에 없다. 자유시장경제를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법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가 물건을 사고 팔 때 실제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사실상 모두 구두계약이 이루어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만약 법이 이러한 구두계약을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우리는 가게에서 작은 물건 하나를 살 때마다 문서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서를 공증하거나 보증금을 내야할지 모른다. 알고 보면 끔찍하다.

법의 뒷받침은 자유시장경제의 곳곳에서 필요한데 문제는 법이 모든 것을 다 규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어떤 내용은 법으로 규율하기엔 부적절하기에 윤리에 의해 해결되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법을 완벽하게 보완하고 법을 완성하는 것이 윤리이다. 자유시장경제를 위해서는 법도 필요하지만 윤리도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불교에서 윤리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정의되고 있지만 자유시장경제에 도움이 되는 정의는 <잡아함경>에 설해져 있다. <잡아함경>에는 “만일 누가 나를 죽이려 하면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이면 남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남을 죽이겠는가?”라고 쓰여 있다. <성경>의 마태복음에도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고 쓰여 있고 <논어>에도 “내가 당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하지 말라”라는 구절이 있다. 이 구절은 모든 종교가 주장하는 내용이다보니 인류 보편적인 윤리규정이 될 수 있다. 유엔이 전세계에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윤리기준에 대해 고민한 끝에 전 세계의 유명한 윤리학자와 종교인들을 규합해서 첫 번째 윤리기준을 만들었다. 첫 번째 윤리기준은 흔히 윤리에 관한 황금률(golden rule, 黃金律)이라고 부르는 내용이다. 즉 ‘내가 싫은 일을 남에게 하지 말라’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하지 말라’는 내용은 법제화하기 어려운 내용이기에 윤리에 의해 정립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동네 가게에 들려 원하는 물건을 사고 배달해 달라고 하면 가게는 당연히 배달해준다. 배달 안해줬다가는 동네에서 장사하기 힘들다. 그러나 인터넷상의 거래는 물건 배달 안하고 돈만 꿀꺽하는 경우가 많아, 끊임없이 제도와 법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따라서 윤리가 필요하며 윤리가 바로선 나라가 자유시장경제가 더 활발하게 작동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보이스피싱 사례를 들으면 미국 사람들은 신기해한다. 미국에는 그런 일을 꿈꾸는 범죄가 없는데 우리나라에만 있는 범죄인 것이다. 유엔의 통계에 의하면 한국은 사기범죄가 세계에서 제일 많이 발생하는 나라이다. 대한민국을 법과 윤리가 바로 선 나라로 만드는데 불자가 앞장 서야 한다. 

불교윤리는 ‘업’ 사상에 기초한다. 우리가 잘못을 저지르면 그 과보는 반드시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는 윤리적 행위를 해야 할 이유가 있다. 미국의 조사에 의하면 착한 사람이 더 오래 산다고 한다. 비윤리적 행위를 하면 법에 의해 처벌을 받지는 않을지라도 수명이 짧아진다고 하니 불교의 업사상이 맞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우리가 불교교리를 진실로 믿는 신자라면 윤리적 행위를 통해 자기에게도 이익이 되고 사회에도 이익이 되어야 한다. 21세기를 맞아 낡은 윤리가 우리를 아직도 불편하게 만들고 있으니 유엔처럼 세계화 시대에 맞는 윤리기준을 제정해야 할 때이다. 가장 먼저 ‘내게 싫은 일을 남에게 하지 말자’라는 윤리의 황금률부터 지켜보자. 이것만 지켜도 세상은 엄청 좋아진다.

[불교신문3277호/2017년3월1일자] 

윤성식 논설위원·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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