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총림 “분별 집착 끊어내면 모두가 불성이라”
  2017-02-12 14:53 400
금정총림 “분별 집착 끊어내면 모두가 불성이라”
금정총림 범어사 방장 지유스님

오늘 드디어 마지막 해제일입니다. 여러분이 밤낮없이 마음속에 키워나갔던 목적을 향해 부지런히 정진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는 세속적으로 학문과 지식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불법에서 말하는 공부는 몸과 마음을 닦는 것입니다. 몸을 먼저 보면 자세가 바르게 유지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입정이라고 부르는 것도 움직이던 동작을 멈추고 조용히 좌복 위에 가부좌를 틀어 자세를 바로 세우는 것을 말합니다.

선(禪)을 제대로 했다면 누가 봐도 탄복할 만한 자세가 나옵니다. 나의 몸을 잘 닦았는지 궁금하다면 자신의 자세를 들여다보면 됩니다. 자세와 걸음걸이만 봐도 수행을 잘했는지 못했는지 판가름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음은 어떻습니까. 마음을 본디 깨닫고 터득한다고 하는데 무엇을 마음이라 여기고 찾아야 합니까. 마음이 멀리 있다면 찾기도 도달하기도 어렵지만 마음은 결코 멀리있지 않습니다. 그동안 마음을 찾기 위해 화두에 들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 방법이 옳았다면 결제 후 3달이 흐르는 동안 깨달았을 것이고 깨닫지 못했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깨닫기 위해 노력하지만 온갖 생각에 사로잡혀 집중도 못하고 기진맥진 지쳐버렸습니다. 그러다 종소리가 쾅하고 나자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기진맥진 지쳐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는 순간에 소리를 들으니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온갖 생각 뒤로하고 일체 생각 끊어진 채 듣고 나니 두두물물(頭頭物物) 일체마다 진리 아닌 것이 없고 부처 아닌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모든 새소리, 바람소리 등 일체 소리가 무진법문 아닌 것이 없습니다.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이라 일상생활에서 보고 들으며 일궈진 내 마음이 바로 깨달음이라 했습니다. 면벽을 하다가 눈을 떴을 때 벽이 그대로 눈에 들어오고, 소리를 듣고서는 그 소리가 귀에 그대로 들려야지 온갖 생각에 사로잡혀서 가장 가까운 소리를 듣지 못하고 가장 가까운 것을 보지 못하면 안 됩니다. 도라는 것은 결코 멀리 있지 않으며 마음을 비우면 소리도 물질도 내 마음에 들어옵니다.

게송에 백의관음무설설(白衣觀音無說說) 백의관음보살이 말없이 설법을 전했고 남순동자불문문(南巡童子不聞聞) 들음 없이 설법을 들었고 병상녹양삼제하(甁上綠楊三際夏) 병에 꽂은 푸른 버드나무는 삼제에 여름을 드리우고 암전취죽시방춘(巖前翠竹十方春) 바위 앞에 푸른 대나무는 동서남북 사방팔방 봄이라고 했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언제 어디서나 항상 같은 모습입니다. 진실한 마음을 찾는 것은 어렵고 불법은 심오하지만 그 근본을 깨달으면 막히는 것 없이 쉽습니다. 우리는 도(道) 속에 앉기도 하고 차도 마시지만 눈치 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가 찾고자 하는 도는 형태도 모양도 없지만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또렷하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임이 없어 믿지 못하기에 부질없이 생각과 망상 속을 헤맬 뿐입니다.

마음공부란 태어나서 지금까지 익혀온 세속의 허망한 마음을 반야의 진실한 마음으로 변화시키는 일입니다.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있다는 헛된 생각과 지금까지 알고 있던 모든 견해를 버리면, 모든 것이 그대로 들리고 보이게 됩니다.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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