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 나누며 액운 떨치니 밝은날 떠오른다
  2016-12-16 17:58 553

전국사찰·단체 팥죽보시

팥떡 나누고 만발공양도

매년 동짓날이면 서울 인사동 북인사마당에는 팥죽을 맛보려는 인파들로 길게 줄이 늘어선다. 올해는 17일 중앙신도회 주최로 팥죽공양이 펼쳐진다. 올해는 특히 액운을 떨치고 평화를 갈망하는 시민들이 팥죽행렬을 이어갈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해 팥죽공양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발렌타인데이 초콜릿을 나눠먹는 유행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모르지만, 동짓날 팥죽을 먹는 전통은 오래전부터 이어온 우리나라 민속문화다. 특히 전통을 중시하는 불교계는 예로부터 동지를 전후해서 이웃과 팥죽을 나누고 자비나눔을 회향하는 명절로서 동지를 중시하고 있다. 오는 21일은 동지다. 올해도 역시 전국 주요 사찰과 신행·포교단체에서는 동짓날을 기점으로 다채로운 문화·나눔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자승스님)는 동짓날인 21일 ‘세시풍속, 이웃과 함께하는 동지 나눔’을 주제로 종단협 소속 26개 회원종단과 소속사찰 112곳 등과 함께 협의회 차원의 첫 동지 팥죽나눔축제를 개최한다. 특히 탑골공원, 광화문광장, 인사동, 시청광장, 노량진역 등에서도 직장인과 시민, 관광객들에게 팥죽을 나눠줄 예정이다. 이어 중앙신도회(회장 이기흥)도 오는 17일 오후1시 인사동 북인사마당에서 팥죽 2000인분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보시한다. 특히 인사동은 외국인이나 젊은 연인들이 북적이는 관광명소여서 스님들과 불자들의 팥죽공양에 따라 한국의 전통과 함께 불교를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국의 크고작은 사찰에서도 일제히 엄청난 분량의 팥죽을 쑤어서 신도들과 나누거나 주변 이웃들과 함께 동지의 의미를 되새길 전망이다. 서울 조계사(주지 지현스님)는 신도들에게 팥죽과 달력을 나누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다는 계획이다. 일주문 앞에서 신도들에게 양말도 나눠주고, 지역 어르신들에게 주지 스님이 직접 새 버선을 신겨드리는 동지헌말(冬至獻襪) 등도 진행한다. 동지를 맞아 제2교구본사 용주사(주지 성월스님)는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제25교구본사 봉선사(주지 일관스님)는 오는 21일 동지불공 법회를 봉행한다. 이어 사찰을 찾은 신도들과 지역 주민, 일반인들을 위해 동지팥죽을 준비해 무료로 공양할 예정이다. 법회에 이어 함께 팥죽을 나누며 작은 설 동지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같은날 수원 수원사(주지 세영스님)도 동지법회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가족과 주변 모두를 위해 만수무강하기를 기원한다. 법회에 이어 신도들과 동지팥죽 나눔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고양 흥국사(주지 대오스님) 역시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동지불공에 이어 21일 오전11시30분 송년법회를 봉행하며, 법회에 이어 팥죽과 달력을 나누며 2016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부산에선 부산불교연합회(회장 경선스님) 이름으로 부산시 전역에서 동짓날을 전후해서 팥죽나눔행사를 갖는다. 부산불교연합회 2000여 회원사찰이 일제히 사찰을 찾는 부산시민은 물론 부산의 번화가와 관공서 복지관 등에서 팥죽을 보시한다. 18일에는 부산시청, 20일엔 구포시장, 21일엔 서면 영광도서 등지에서 실시한다. 특히 동짓날 당일 오후 5시 부산시민공원에선 부산 주요인사와 시민들이 모여 동지팥죽행사를 개최한다. 약 3000여명분의 팥죽을 마련해서 한해의 끝과 시작이라는 의미가 담긴 동지를 맞아 시민들에게 팥죽을 나누는 장을 열어 부산시민 모두가 연말 각자의 액운을 떨치고 이웃에 온정을 베푸는 희망찬 새해를 열길 서원한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지역마다 동지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전북지역에선 선운사(주지 경우스님)와 금산사(주지 성우스님), 참좋은우리절(주지 회일스님), 전북국제교류센터 등이 힘을 모아 오는 17일 전주한옥마을 경기전 일원에서 ‘동지팥죽나누기 및 결식아동을 위한 기금모금행사’를 갖는다. 완주 송광사 역시 동짓날 사찰에서 팥죽나눔을 실시할 예정이다. 광주 자비신행회(이사장 이화영)와 무각사(주지 청학스님)도 동지를 맞아 팥죽나눔 행사를 열고, 무각사는 특히 소록도에 살고 있는 난치병 환우들과 함께 동지행사를 갖는다. 제6교구본사 마곡사(주지 원경스님)는 동짓날 공주종합터미널에서 매년 개최하는 팥떡나누기 행사를 갖고 1800여명분 팥떡을 나눈다. 또 금강종합사회복지관 등 지역 복지시설에 팥죽을 나누고 사곡면사무소와 농협, 노인회관, 유구소방서와 지구대 등에도 팥시루떡을 두루 나눌 예정이다. 제7교구본사 수덕사(주지 정묵스님)도 동짓날 경내에 있는 모든이들이 팥죽을 맛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고 이 날 사하촌 상가에도 일일이 팥죽을 돌릴 계획이다. 제5교구본사 법주사(주지 정도스님) 역시 팥죽공양을 이웃과 나누면서 동지의 의미를 되새길 전망이다. 

마곡사 주지 원경스님은 “우리 민족은 동지를 작은설로 여기고 큰 명절로서 가족과 이웃이 함께하는 기념일로 보냈다”며 “붉은 팥죽이 액운을 다스리고 등을 밝혀 어두운 기운을 막아주는 좋은 효능으로 온 국민들이 행복하고 평화로운 새해를 맞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노인복지센터(관장 희유스님)는 복지관을 이용하는 노인 2500명에게 점심 특식으로 동지팥죽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센터 이용자들에게 2017년도 노인복지센터 달력과 목도리를 선물할 계획이다. 서울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에서 도시락 배달 봉사를 펼쳐온 쪽방도우미봉사회(조계사 붓다맘봉사단)는 지난 15일 ‘제16회 쪽방주민 동지팥죽 나눔행사’를 개최했다. 매주 목요일 도시락 배달 봉사와 무료 국수 제공 봉사를 통해 나눔을 펼쳐온 쪽방도우미봉사회는 동지를 맞아 이날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팥죽나눔을 펼쳤다. 또 영등포쪽방촌 주민들뿐만 아니라 지역 성당과 교회 등 이웃종교 시설을 찾아 팥죽을 전달하며 종교간 화합을 기원해 더욱 의미를 더했다. 

동지와 불교

음하고 삿된 기운 씻어주는 팥죽

태양이 새로 태어나듯 신심 새롭게 

동짓날을 맞으면 전국 크고작은 사찰마다 팥죽을 쑤고 스님과 신도들이 둘러앉아 팥죽을 나눈다. 사진은 용인 장경사 팥죽쑤는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해 바뀌는 또하나의 시점

하루밤낮 여덟계율 지키며

‘더 나은 삶’ 살겠다 서원

                                                          <고려사>

만물을 생장시키는 근원은 태양이다. 태양과 가까워질수록 세상은 뜨겁고 힘차며, 태양과 멀어질수록 세상은 차갑고 쪼그라든다. 연중 낮이 가장 짧은 날인 동지(冬至, 양력 12월21일)는 태양에서 가장 멀어지는 날이기도 하다. 통상적으로 따지면 ‘1월1일’이 새해의 시작이다. 반면 하루해의 길이로 따지면 동지(冬至)가 새해의 첫머리다. 한편으로 낮이 가장 짧다는 건 이날부터는 낮이 점점 길어진다는 의미다. ‘冬至’, 겨울의 끝이란 곧 봄의 시작이다. 결국 동지란 태양이 새롭게 태어나는 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도 다시 태어나려 한다. 

동지는 24절기 가운데 22번째 절기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이날을 ‘작은설’ 또는 ‘아세(亞歲)’라 하여 기렸다. 특히 동지하면 빼놓을 수 없는 풍물이 팥죽이다. 세시기(歲時記)에 따르면 팥죽은 몸 안의 음하고 삿된 기운을 씻어주는 음식이다. 옛날 백성들은 붉은색의 팥이 잡귀를 쫓아낸다는 믿음에서 팥죽을 쑤어 나눠먹고 대문 앞에다 뿌려 액운으로부터 집안을 보호했다. 민간에서는 이날 나이 수만큼의 팥죽 새알(옹심)을 먹는 것이 전통이다. 새로운 태양을 받아들여 심신을 건강케 하겠다는 민초들의 바람이 엿보인다.

세시풍속의 충실한 계승자인 불교는 동짓날에도 큰 역할을 한다. 전국 사찰마다 동지불공과 함께 팥죽을 부처님께 올리고 대중끼리 나눠먹는 행사가 대대적으로 열린다. 집집마다 조상신께 팥죽을 올리던 풍습을 부처님께 올리는 팥죽공양으로 명맥을 이으며 우리 민족의 오랜 정서를 일깨우는 셈이다. 불상이나 탱화를 새로 봉안하거나 귀신이 들려 병을 앓는 사람을 치유하는 구병시식(救病施食) 때에도 팥을 뿌리는데, 이는 동지의 풍속이 깃든 행위다. 동짓날 절에서 기도를 올리고 팥죽을 먹은 뒤 스님들이 선물한 달력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은 친숙한 풍경으로 자리했다.

불교의 동지는 나한신앙과 관련이 깊다. 부산 마하사에 전래되는 설화다. 이른 아침 부처님께 팥죽을 올려야 하는 동짓날, 마하사 공양주 보살이 늦잠을 자고 말았다. 절박한 심정으로 헐레벌떡 눈 쌓인 백리 길을 걸어 불씨를 얻어왔다.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부엌에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아궁이엔 불이 활활 타올랐고, 법당의 나한님은 배부르다는 표정으로 방긋 웃고 있었다. 어느 사찰이나 나한을 모시게 마련인데, 팥죽을 먹은 자국이 남아 하나같이 입술이 빨갛다는 설화다. 

앞서 밝혔듯 동지에 행해지는 여러 의식은 묵은해의 잘못과 아쉬움을 털어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자는 취지다. <고려사>에는 “동지를 전후해 팔관회(八關會)가 베풀어졌다”고 기록됐다. 하루 밤낮동안 여덟 가지 계율을 지키며 ‘더 나은 삶’을 살겠다고 서원하는 날이 동지였다. 구미래 동방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는 “<예기(禮記>에서도 ‘동짓달에 우물물이 일렁이기 시작한다’는 말로 거대한 기운의 태동을 표현했다”며 “이에 동지를 태양이 부활하는 날이라 하여 ‘작은설’이라 부르며 해가 바뀌는 또 하나의 시점으로 여겼다”고 설명했다. 

장영섭 기자 fuel@ibulgyo.com

[불교신문3258호/2016년12월17일자] 


 

 

하정은 엄태규 홍다영 기자 이준엽 진재훈 이시영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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